1. 우리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이 코앞에 다가온 9월 12일 월요일 대한민국 사상 최고 강도 5.8의 강력한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 곧바로 후폭풍이 전국 곳곳을 강타. 경주는 물론 근처 양산 부산 진해 창원 등등 경상도 지역은 그 후 30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일어나 일상을 피폐하게 만들었으니, 그저 힘내시라는 말밖에...

 생전처음으로 우리나라(한반도) 지진은 물론 전 세계에 더이상의 지진피해가 없기만을 간절히 기도드렸는데, 사실상 자연의 위력 앞에서 우리 인간은 말 그대로 미물일 뿐이다.

 

2. 그전까지 지진은 그저 남의 나라 일이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반성합니다. 일본에서 2013년 초봄 한 달간 단기체류할 때나 2012년 늦가을 짧은 여행이었을 때 운이 좋았는지 단 한 번도 지진을 겪지 않았다. 만약 그때 경미한 지진이라도 몸소 체험했으면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으리라. 훨씬 더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리라.

일본에서 직접 눈으로 목격한 지진 대비용 철사줄이 들어간 유리창 및 베란다의 피난구를 보고 놀라 리뷰까지 작성하고 그들의 치밀함에 감탄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역시 남의 일이었다.

 

3. 그날 밤 8시 15분 경인가 수도권에서 느낀 지진 첫경험, 의자에 앉아 성경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자다리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천장에서 부르릉부르릉 처음 듣는 소리가 울려댄다. 창문도 심하게 흔들렸는데 창문은 평소에도 근처 헬기나 비행기가 지나갈 때 자주 울린 편이라 익숙해져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무척 짧은 시간임에도, 아마 1분 이내였나 완전 패닉상태로 돌입 그것도 성경책을 읽고 있었음에도 한참 부족한 믿음은 마음의 화평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 진동이 멈추어서야 이게 진짜 지진인가 싶어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당연히 가족 지인들의 안위다. 그러고 보니 그날 이상하게 카톡이나 인터넷이 빨리 연결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다행인지 인터넷은 아무 이상 없고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지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해 있다. 올게 왔구나 싶은 불안감이 시나브로 밀려온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또 한 번 진동 아마 이것도 1분 이내, 이번엔 서 있어서인지 앉아 있을 때보다 느낌이 덜하다. 단 두 번 그것도 무지무지하게 짧은 감지임에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덧없이 느껴졌다면 오버인가. 삶의 가치관을 통째로 뒤엎을 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 못지않은 공포와 경악이었다. 특히나 분노 서운함 억울함 등 나쁜 감정이 지진이 가져올 혹시 모를 죽음의 공포 앞에선 한낮 사치스러운 감정낭비였다고 강변한다면 지나친 걸까...

 

4. 지진에 대처하는 법-우선 가스를 잠그고 전기코드를 빼고 머리에 뭔가 뒤집어쓰고 책상 밑이나 식탁 밑으로 피한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철제문(현관문)은 뒤틀려져 밖으로 못 나갈 수 있으니 미리 조금은 열어둬야 한다 등등-혹시나 해서 문을 열어 보니 이웃집들 아무도 문을 열어놓지 않았더라. 하지만 갑자기 이런 일이 닥치면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일본처럼 어릴 때부터 집중훈련을 받은 한국이 아니지 않은가.

가장 중요한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이나 주택 아파트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일본에선 5.8 강도라도 워낙에 튼튼한 설계와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 당장 카톡이 안되고 일부 전화도 안되는 지역이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다 죽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니 만큼 이제라도 정부에서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내년 대선 때 각 후보자들이 늦었지만 내진설계 착수라는 공약을 한 목소리로 부르짖으면 좋겠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 생명에 직결되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우리 국민들 스스로도 지진의 위험성에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만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5. 지진의 공포에 비하면 한여름 폭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조금 불편했을 뿐이다. 지진 전엔 무지무지 힘든 나날이었지만 지진 후엔 전혀 아니다. 앞으론 한겨울 혹한도 그렇게 느낄 것 같다. 순식간 죽음의 공포까지에는 이르지 않으니까. 내가 이럴진대 경상도 지역,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의 경험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트라우마가 생기는 게 당연지사, 안 생기면 비정상이다. 그 후 며칠간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그날밤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이렇게 똑바로 서 있다는 게, 흔들리지 않고 평평한 바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엄청난 고마움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구나 새삼스럽다. 우리가 공기 햇빛의 소중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평평한 고른 바닥 그 자체가 아름다운 선물이나 다름없구나.

이번 지진으로 인해 깨달았다. 인간의 힘으론 자연을 절대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그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루하루 감사하며 행복해 하며 누군가에게 작은 것이나마 베풀 수 있을 때 베풀어야 함을, 내가 도울 수 있을 때 기쁜 마음으로 도와줘야 함을.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음을.

**벌써 지진은 지난 일이 되어버린 듯한 평범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대한민국-물론 해당지역 주민들 제외-그들에게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하지만 이번 마음의 기록은 꼭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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