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n 디어마이프렌즈(디마프) 처음엔 은은하고 잔잔한 드라마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다. 담담하지만 은근히 자극적. 밋밋한 어르신용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참으로 리얼하고 사실적이라 노희경 작가님에게 감탄. 존경스럽고 글솜씨에 점점 매료된다. 부럽다.

 

3, 4회(2016.5.20-21)에선 극중 72세 동갑내기 조희자(김혜자 님) 문정아(나문희 님)의 극과 극 인생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 참으로 짠하고 애틋하고 현실적이고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어르신들의 공감도가 무척 높다. 둘은 초등학교 동창이자 동네 친구. 여기 나오는 모든 어른들의 고향이 다 같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살아 있다.

 

조희자로 말하자면 곱게 자라고 전문대 중퇴로 결혼해서도 남편의 보살핌만 받아온 4차원 공주마마. 전등 하나 자기 손으로 갈아본 적이 없고 모든 집안팎 일을 남편이 다 해줬다. 오죽하면 남편이 죽은 후 자식들이 엄마가 먼저 죽어야 했다고 한탄했을까. 자식들 심정도 이해가 가려고 한다. 남편을 벽장에 가둬 죽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궁금. 전후사정이. 실제 벽장에서 죽었다.

 

2. 혼자 살기엔 커다란 집에서 아무런 경제적 고충 없이 편히 지내지만 외로움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한심한(?) 투정. 그러다 보니 치매 전조라는 망상장애까지 왔다. 정아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지만 둘은 죽고 못 사는 절친. 다름이 둘을 묶었다.

 

문정아의 인생은 너무나도 기구해 가슴 아프다. 어렵게 자랐지만 친정어머니가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남동생들도 안 보낸 고등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친정엄마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가혹한 운명은 그녀를 한시도 편히 살지 못하게 만든다. 김석균(신구 님)은 초등학교 선배로 가난한 환경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 엄청난 학력 콤플렉스로 인한 열등감으로 평생 정아를 괴롭힌 못난 남편.

 

정아가 고등학교 출신이라 끌렸지만 쉽게 안되니 강제로 자기 아내를 만들어버린 교활한 남자. 자기 여자라고 온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그 시대엔 그런 소문이 나면 그냥 결혼해야 했다. 한 번 성폭행이라도 당하면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지극히 순진했던 여자들.

 

 

 

 

3. 무식하고 고집 센 시어머니는 행여나 며느리가 당신 아들을 무시할까봐 툭하면 머리채를 잡아 두 번이나 유산을 시켰다. 시부모 똥오줌 받아가며 병수발에 6명의 시동생들 뒷바라지하며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석균의 사탕발림-나이들면 같이 유럽여행 세계일주를 간다-이었지만 그것도 거짓말로 판정. 내가 그런 말 안했으면 니가 진작에 도망갔겠지. 75세 남편이 72세 아내에게 시종일관 너라는 호칭에 완전 반말, 시종 부리듯 하나에서 열까지 다 시키고 아내가 몇 천 원 시장본 영수증까지 일일이 맞춰보고 조금이라도 틀리면 타박해 악착같이 받아내는 쪼잔한 노인네.

 

그런 노인네가 힘들게 아파트 경비일하면서 번 돈으로 아내 모르게 동생 병원비와 조카 등록금은 챙긴다. 정아 성격상 알면 도와주지 결코 모른 척 하지 않을 여장부임에도. 정아는 세 딸 집을 돌아다니며 청소 요리를 하고 시간 당 만 원을 받으면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희자가 할 일이 너무 없어 못 견뎌하는 것과 대조적인 삶. 마치 온실 속 공주님과 거친 들판의 야생잡초를 보는 것만 같다.

 

시댁식구들에게 그렇게 잘했음에도 친정어머니는 집이 아닌 요양원에 모셨다. 오늘낼 버티는 처지. 남편의 몰이해에 집을 나왔지만 막상 갈 곳이 없자 희자를 찾고 둘은 평생의 로망인 델마와 루이스를 꿈꾸며 한밤중 시골에 있는 요양원으로 차를 몰다가 사람을 친다. 겁이 난 희자가 재촉해 사람을 그냥 놔두고 도망친다. 모든 걸 알아낸 박완(고현정)의 설득 그리고 정아의 깨달음으로 자수.

 

4. 김혜자 님의 사실적 연기도 기막히지만 나문희 님의 생생하고 리얼한 표정연기는 숨이 막힐 듯한 몰입감을 준다. 그야말로 연기대상감. 대단 대박. 한참 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나온 나문희 김영옥 김수미 님, 젊은 시절 미모가 되는 김혜자 김민자 김영애 님 등은 주연이고 자신들은 늘 조연이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나문희 님이 본인들 말대로 미모도 되고 그 정도 연기를 했다면 어마어마한 파급력 아니었을까. 하지만 지금도 충분.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명품연기.

 

자수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 그보다 더한 아픔은 정아만 모르는 큰딸 순영의 끔찍한 결혼생활. 입양한 큰딸은 자신이 친딸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자신한테 진심으로 잘해준 엄마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이유에선지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허구한 날 교수남편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고 사느라 엄마에게 얼굴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이 사실은 엄마의 후배인 이영원(박원숙 님)과 오충남(윤여정 님)만 알고 있다.

 

순영이 결심하고 집을 나왔다. 남편에게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 비극으로 끝맺을지 아니면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지, 엄마도 결국은 알아채겠지. 그때의 허한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겠다. 낳지만 않았지 친딸이나 다름없는 맏이다. 둘째딸 호영은 이혼하고 혼자 산다. 셋째 수영만 평범하게 사나 보다. 자식문제도 희자에 비하면 첩첩산중. 희자 아들들은 비교적 순탄하게 사니 그것도 비교된다. 아들로 나오는 이광수 연기가 엄청난 화제. 진짜 감탄하면서 본다. 어디서 그런 표정이 나오는지, 런닝맨의 광수가 다시 보일 정도.

 

 

 

 

5. 모든 여자의 일생을 이 두 여인으로 국한시키지 말자. 그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이라 비교해 봤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실제로도 희자처럼 부잣집 마나님(?)들이 거의 치매를 앓고 있다. 안타깝고 의아하다. 정신적 경제적으로 편하게 살던 사람들이라서.

 

우스갯소리로 효자 효녀들이 치매 만든다고 무조건 부모님을 편하게 해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적당히 일을 만들어주는 게 바람직. 몸과 손과 머리를 자꾸만 써야 한다. 요즘은 어르신 본인만 부지런하면 노인정이나 복지관 실버센터 등이 활성화되어 있어 바쁘고 즐거운 삶을 즐길 수 있다. 나이들수록 또래들과 어울려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함께 돌아다닐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드리자.

 

그래도 희자 정아 장난희(고두심 님, 고현정 엄마) 영원 충남 등 어떤 이야기라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동네친구 선후배들은 복 받은 사람들. 작가님이 3, 4회를 특별히 문정아와 조희자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를 유추하며 글을 쓴다. 서연하(조인성)와 완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시청자의 추측도 얼추 들어맞았다. 연하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예고편을 보니 연하가 완에게 프로포즈를 한다고 뛰어오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완이 얼마나 안쓰럽고 미안하고 한스러울까.

 

 

 

 

이 사실은 난희도 모른다. 둘이 싸워서 헤어진 줄로만 안다. 제작진 인터뷰를 보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고자 유부남과 장애인은 안된다는 대사를 넣었다는데 어떻게 진행될까. 완과 연하의 결혼으로 이어지려나. 둘은 헤어진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지니까. 다음주가 기대된다.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가 환상적. 신구 님의 연기도 김석균 그대로라 할 말이 없다. 연기의 신. 아집만 남은 완고하고 초라한 늙은이 그 자체. 그저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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