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BS1 성탄다큐 일사각오 주기철(2015.12.25)은 성탄 예수님 영화부재의 갈증을 채워준 명품 다큐멘터리. 주객전도라고 예수님이 주가 되어야 할 성탄이 산타 할아버지와 각종 상술로 뒤덮인지 오래라 갈증이 심했다. 예수님 관련 영화, 그 시대 영화를 간절히 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채널서핑을 해도 보이는 건 나홀로 집에 등이다. 지인들이 보내준 카톡 이모티콘도 마찬가지, 아기예수님 성모마리아 성요셉은 물론 하다못해 동방박사 마굿간 별 황금 몰약 유향도 없다. 오로지 산타와 촛불 캐럴뿐. 누군가 동방박사나 예수님 관련 성탄 이모티콘을 만들어주면 감사하겠다.^^

 

 

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하루 종일 방영되었지만 사실상 판타지로는 나니아 연대기 사자 옷장 그리고 마녀가 성서에 더 가깝다. 아이들을 위한 성경동화로 사자 님(아슬란)의 죽음과 부활을 그렸다. 그나마 크리스마스 풍경이라도 볼 수 있는 영화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를 잠시나마 볼 수 있어 눈이 정화됐지만 아쉬움은 그대로 남았다. 그러다가 성탄예배에서 일사각오 주기철 예고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밤 10시를 손꼽아 기다렸다. 주기철 목사님은 장로교 출신이지만 각 교파를 넘어 여러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다큐방송을 예고했다.

 

 

특히 감리교단인 광림교회에서 적극적으로 본교회 신도들을 통해-카톡이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다른 교단 지인에게 알리도록 했는데 절로 존경심이 든다. 사실 교단이 뭐가 중요하랴, 우리는 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 성도 아닌가. 권혁만 감독님 임미랑 작가님 등 제작진께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다큐보다 더 많이 봤지만 다큐 PD님과 제작진도 무척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할 것만 같다. 사람들에게 드라마와 예능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 울림을 준다.

 

 

2. 일사각오 주기철은 감동 100%, 몰입도도 상당. 물론 크리스천의 눈으로 봐서 그렇겠지만 무신도나 타 종교 입장에서 봐도 감동적인 명작이라 확신한다. 주 목사님에 대해선 워낙에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짜임새 있게 구성된 다큐는 처음이라 임팩트가 강렬. 어젯밤 꿈도 꾸었다. 목사님 고문장면과 아이러니하게도 오후에 본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이 겹쳐 나왔으니-괜스레 죄송하다-한창 해리포터가 인기 있을 때 열성신도들은 신앙에 어긋난다고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도 금하고 싫어한 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론 신앙과 별개로 영화와 문학의 범주로 보면 좋겠다. 아직 내가 믿음이 부족한 건가...

 

 

주기철(1897.11.25-1944.4.21)-목사, 독립운동가, 경남 창원 출생,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 3.1운동 참가 후 1926년 평양 장로회 신학교 졸업. 부산, 마산, 평양 목회 중 신사 참배 거부 항일운동. 1938년 일본 경찰에게 최초로 검거되어 5차례에 걸친 투옥과 고문 석방이 반복되다 결국 해방을 1년 앞두고 안타깝게 복역 중 옥사.

 

 

당시 13세인 아들 주광조 장로님과 일본인 스미요시 겐의 각자 부친에 대한 회상이 오버랩되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스미요시 목사님은 주기철의 영향을 받아 당신이 재직하던 교회에서 한국에 사죄하자는 발언을 해 쫓겨난 후 지금까지 쓰나미가 덮치고 간 후쿠시마에서 꿋꿋이 목회하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가 추구하는 신념의 근원을 찾아 한국으로 건너온다. 주 목사의 흔적을 찾는 그의 여정이 잔잔하게 가슴을 울린다. 두 아들의 눈으로 깨달아가는 하나님과 신앙의 뿌리, 육신의 아버지가 참으로 신선하게 와 닿았다. 두 사람의 회상이 교차편집되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신의 한 수 기획. 제작진 대단.

 

 

주광조 장로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하나님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고,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데 6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솔직하게 간증, 스미요시 겐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3. 1930년대 일제강점기 포악함이 극에 달하면서 결국 1939년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신사참배를 의결하지만 홀로 거부한 이가 바로 주 목사님. 오정모 사모님도 강인한 분으로 남편의 신념에 힘을 보탰다. 남편이 눈앞에서 잔인한 고문을 당하며 죽어가는데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담대한 신앙의 소유자. 그 장면을 보면서 절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평양 산정현교회 신도들의 믿음도 대단. 일본순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폭력과 핍박으로 탄압받으면서 예배를 드렸으니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평안하고 행복하게 예배드린다는 사실을 절감. 서초구에 산정현교회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한 번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주 목사님의 숨결을 느끼면서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분의 넋을 한참 부족한 신도이지만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고 싶다.

 

 

주 목사님을 존경하는 한국과 일본의 성직자 및 여러 교수님들의 인터뷰가 이어지는데 은혜로움 그 자체, 특히 일본인의 마음을 다한 존경심과 조선에 대한 진실된 속죄는 식민지 백성으로서의 한을 달래준다. 카미카제(신풍)특공대원 88세 생존자 무토 키요시 님의 증언과 한국민에 대한 사죄도 나온다. 개개인은 훌륭한 사람도 많은 일본인이다. 무한도전 10주년 특집인 배달의 무도 중 하하와 유재석이 찾아간 일본 우토로마을에서 27년간 한국인과 함께 생활하며-그들의 실상을 일본사회에 알리고자 노력한-헌신하고 있는 다가와 아키코 여사도 떠오른다.

 

 

4. 주기철은 오산고보와 평양신학교를 거쳐 마산 부산 창원에서 안정된 목회-오산고보 스승인 조만식 선생의 추천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평양 산정현교회로 부임, 그 시점부터 이미 순교를 각오했음이 느껴진다. 교계의 거목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이 1992년 신사참배를 용기 있게 고백하신 후 10년이 훨씬 넘은 2006년도부터야 서서히 개신교 각 교단에서 신사참배 속죄 공식발표가 나왔다는 것을 이번 송을 보고서야 처음 알고 충격받았다. 다들 놀란 기색. 늦었더라도 용기 있는 발표라서 교인으로서 존경스럽다.

 

 

2015년은 대한민국 광복 70주년, 일제강점기에서 뭣하나 희생된 게 없으랴마는 자신과 가족보다 먼저 하나님의 의를 구하고 순교하신 주기철 목사님께 머리 숙여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합니다. 주일성수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임을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그렇게도 힘들게 예배드리던 시절이 있었음에,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음에 새삼 부끄러울 뿐이다. 내년에도 아니 수시로 이런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 좋겠다. 성탄절에 감사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해준 제작진 진심 감사합니다.

 

 

 

칼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내가 그 칼날을 향해서 나아가리다.
누가 능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오.
나에게는 오직 ‘일사 각오’일 뿐이니라.
                            - 주기철 설교 <오종목의 나의 기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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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27 1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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